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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travel

수원 화성의 자랑 방화수류정과 용의 연못 용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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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 해 동안 정말 많은 시간을 보냈던 방화수류정.
집에서 그렇게 가까운 것도 아니고 해서 재작년까지만 해도 이 연못이랑 이렇게 친해질 줄 몰랐는데.

처음 방화수류정에 대해서 알게 된 건 친구들 단톡방을 통해서였다.
친구 한 명이 방화수류정에서 술 마시면 그렇게 좋다고 하길래 방화수류정이 뭐지? 일식집인가..? 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방화수류정의 정은 정자를 가리키는 정이었다. ㅎㅎ

아름다운 한국의 정자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화려하고, 그러면서도 훌륭한 요새인 방화수류정은 '꽃을 찾고 버들을 쫓는 정자'라는 뜻이다.
방화수류정이 아름다운 것은 정자에서 내려다보이는 연못 '용연' 덕분인데, 이 못이 용의 연못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것은 옆에 용의 머리를 닮은 용두 바위가 있기 때문이다. 방화수류정이 그 용두 바위 위에 지어진거고, 그래서 이 방화수류정을 용두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한다.

 

방화수류정에서 용연을 내려본 모습

 


나는 사계절을 지나며 때로는 용연의 옆에서, 또 때로는 방화수류정 누각 위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용이 머물렀다는 용연, 용이 사는 곳 치고는 연못이 아담한 편이니 작은 용이 살았겠구나. 용에게는 이 연못이 원룸같았을까? 농담하며 전설을 찾아보니, 인간 세상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용이 승천하려다 떨어져 죽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 다행히 좀 더 찾아보니 이 이야기는 전통적으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아니라 후대에 어느 소설가가 지어낸 전설이라고 한다. 아니 그러면 전설이라고 부르면 안되는거 아냐? 전설은 전해 내려오는 설화라는 뜻이잖어..;;
그렇다면 나는 우리의 작은 용이 아름다운 연못에 살다가 무사히 승천한 것으로 믿기로 했다. 이렇게 아무나 전설 지어내도 되는거면 나도 그냥 내가 만든 얘기를 진짜 설화라고 할래...

 

 


아무튼 이 날은 내 생일이었던 것 같은데 친구들과 방화수류정에서 만나기로 했다.
들떠서 가장 먼저 도착해 속속들이 도착하고 있는 친구들을 지켜봤다. 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아도 요새는 카메라 줌 땡기면 다 찾을 수 있지.
방화수류정이 워낙 인기가 많다보니 언제나 많은 사람들이 방문해서 피크닉을 즐기는데, 가만 앉아서 사람들 구경만 하고 있어도 재미있다.

 

 



하지만 물론 우리가 직접 피크닉을 하는 게 더 재밌지~ 그 동안 방화수류정 앞에서 참 다양한 음식들을 먹었다.
제일 좋아하는 건 차로 10분 거리인 갤러리아 백화점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포장해 오는 것이다.
돗자리 위에서 갤러리아를 야무지게 돌아다니며 구매한 쿠차라 부리또볼과 풍미공방 유뷰초밥, 그리고 노티드도넛 먹으면 얼마나 맛있게요~

 

 


하지만 음식 픽업이 귀찮다면 배달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지!
요즘 배달비가 너무 비싸긴 하지만 잔디밭에서는 역시 치킨을 먹어줘야지. 연못을 보며 치킨 뜯고있자니 코로나 이전 방문했던 한강 생각이 난다.
한강 야시장에서 먹던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들이 그립기도 하지만.. 그래도 우리 도시엔 용연이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야.
저녁에는 치킨이 국룰이지만 낮에는 좀 더 가볍게 햄버거를 먹는 것도 좋았다. TMI지만 내 최애는 맥도날드 1955버거 ㅎㅎ

 

 



그리고 대망의 밤의 연못! 방화수류정과 용연을 좋아한다면 반드시 한 번은 밤에 방문해 봐야 한다.
용연 가운데 섬의 꽃과 나무 사이로 떠오르는 보름달이 수면에 비치는 모습, 즉 '용지대월'이 수원 팔경 중 하나로 화성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경관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근처 포장마차 음식과 함께 연못을 바라보며 한가롭게 맥주 한 캔 마시면 조선시대 양반들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싶다.
날이 어두워지면 못 둘레의 조명이 순차로 촥 켜지고 주변 사람들은 어디서 빌렸는지 비슷하게 생긴 무드등을 꺼내기 시작하는데
그런 모습들을 지켜보고 있으면 평범한 날이 특별한 기념일처럼 느껴진다. 하긴 매일매일이 이 세상의 누군가에겐 기념일이겠지.
센치해진 기분으로 흑맥주와 함께 따끈한 타코야끼를 먹는다. 냠~

 

 


사진들 정리하면서 돌아보니 확실히 작년에 툭하면 연못가 가서 물 보면서 자주 멍 때릴 땐 확실히 인생이 좀 행복했던 것 같다.
겨울에도 행궁동 자체는 자주 방문했고 - 용연 옆은 자주 지나다녔지만, 전처럼 못가에 앉아있기엔 날이 너무 추웠다. 그리고 그래서 그런지 삶이 좀 팍팍해진 것 같아. 봄이 오고 날이 따뜻해지면 다시 책 한 권 옆구리에 끼고 방화수류정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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