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날의 일정은 심플 그 자체.
아무것도 모르는 등산 초보들이 겁도 없이 장비도 없이 한라산을 등반했기 때문이다.
고민하다가 마지막 순간에 등산 스틱을 뺀 내 자신 원망해!!!
코스를 검색한 친구가 슬슬 걸어서 4시간이면 등반 완료라는 잘못된 정보를 입수하게 되는데...
그렇게 『초보자 : 뜻밖의 우중 등정』이 시작된 것이었다..
# 한라산 성판악 코스
꿈과 희망에 부푼 초보자들은 한껏 부푼 설렘을 안고 새벽 4시 반에 기상했다.
어제 사둔 빵과 김밥(해녀김밥, 맨도롱또똣 김밥에서 구매)을 야무지게 챙겨들고 성판악탐방 안내소에 갔다.
산에서 올려다보는 새벽 밤하늘이 얼마나 예쁘던지.
도시와는 차원이 다른 별 크기와 수에 차에서 내리자마자 감탄이 끊이질 않았다.
산이 이렇게 아름다운데, 이따가 비가 좀 온다고 했지만 뭐 별 일 있겠어? (고난 플래그)
그렇게 산을 오른 지 고작 1시간 만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등산 초보인 우리들은 우비가 아닌 우산을 가져왔고.. 우산은 무거웠고.
우리는 때로는 비를 맞으며, 때로는 우산을 들고.. 덜덜 떨면서 서로를 다독여가며 그렇게 산을 올랐다..
3시간 반쯤 오르니 중간 대피소인 진달래밭 대피소가 나왔다.
원래는 대피소에서 라면도 팔고 물도 팔았다는데 아쉽게도 코로나 상황이라 가게 없이 앉을 곳만 있었다.
우리는 빵과 김밥을 먹으며 이대로 하산할지, 백록담까지 계속 등반할지를 고민했다.
백록담까지 가는 길이 지금까지 온 길보다 훨씬 위험하다고 했기 때문에 내려가자고 마음먹은 순간!
거짓말처럼 비가 그쳤고 우리는 이왕 나선 길, 끝장을 보기로 했다. 백록담을 향해!
그리고 다시 출발한지 10분만에 비 옴...
그렇게 두 시간 정도 더 갔을까?
백록담을 앞둔 마지막 순간엔 비바람이 세게 불어서 밧줄을 잡고 매달리듯이 돌산을 건너가야 하는 시점이 있었는데
이 때 친구들이 말 그대로 엉덩이를 밀어서 올려주었다. 혼자였다면 나는 절대 끝까지 가지 못했을 것이다.
거의 4번 죽다 살아나고 마음속으로 12번은 울었다.
그리고 드디어 도착!!!!!!!!!!!!!!!!!!!!!!!!
비 올 때부터 예상했듯이 백록담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마냥 좋기만 했다.
백록담 기념비에는 사진을 찍고 싶은 사람들의 줄이 아~주 길었기 때문에, 우리는 기념비는 포기하고 왼편의 안내판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중요한 건 사진이 아니라 우리가 완등해냈다는 사실이니까. (사실 사진이고 나발이고 빨리 내려가고 싶었음)
백록담에 오른 순간 모든 것을 해낸 기분이 들었지만, 4시간에 걸친 하산길 역시 만만치 않았다.
하산이 등산보다 위험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무엇보다 긴장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다.
계속 내린 비로 등산로는 계곡이 되어있었고, 평평한 땅은 물에 잠겨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4시간 동안 뾰족하게 솟아오른 돌 징검다리 건너기를 한 셈이다.
우리 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걷다가 소리를 질렀는데,
앞에서 와! 소리가 나면 돌길이 끝나고 나무데크가 나온다는 뜻이고, 악! 돌! (욕설!)이 들리면 데크가 끝나고 돌길이 시작된다는 뜻이었다.
그렇게 모두가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었다 ^^
# 에이팜플러스 약국
산에서 내려와 가장 먼저 한 일은 약국가기였다.
나중에 여행 정산하면서 파스 4만원어치 산 게 얼마나 웃기던지.
야무지게 파스를 들고 숙소로 돌아와 반신욕을 하면서! 컵라면을 먹었다. 정말정말정말 꿀맛이었어.
그리고 파스를 덕지덕지 붙이고는 낮잠을 잤다..zZZ
# 우창갈비
저녁에는 원기보충을 위해 흑돼지 오겹살을 먹기로 했다.
맛집을 검색할 힘도 없어서 호텔에서 3분 거리의 우창갈비에 갔는데, 거기가 제주도민 로컬맛집이었을 줄 누가 알았으랴!
제주도에서 가장 먹고 싶었던 게 흑돼지 오겹살이었는데. 기대만큼 두툼 쫄깃 고소했다.
전 여행에서 가장 맛있었던 것을 하나만 꼽으라면 역시 등산 후 먹은 흑돼지 오겹살이 아닐까?
그렇게 돼지고기로 포식하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여행 둘쨋날을 마무리했다.
★ 오늘의 여행 경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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