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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feel

스물다섯 스물하나, 간만에 제대로 힐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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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로맨스를 즐기지 않는 나, 지난 한 해 시청한 주요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는 다음과 같다.
스위트홈, 오징어게임, 지옥, 마이네임, 지금 우리 학교는...

그러던 중 오로지 청춘, 멜로도 미스테리도 없이 오직 청춘의 미화된 아련함을 앞세운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출격했다.
응답하라 시리즈를 연상하게 하는 90년대 후반 시대극에, 들을 때마다 눈물이 나는 자우림의 명곡과 동일한 제목,
땀 흘리며 운동하는 운동 선수들과 간질간질한 PC 통신 채팅까지, 하나만 들어가도 반칙인 설정들을 가득가득 채워넣었다.

우연히 1화를 재생한 이후로 몇 년간 잔인함에 푹 절여졌던 내 뇌가 사르르 해감되는 중이다..

■ 간단한 줄거리

때는 IMF 사태로 모두가 힘들던 1998년.
펜싱 국가대표가 꿈인 고교 펜싱부원 나희도(김태리 분)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게 되는데, 학교 사정이 어려워져 펜싱부가 폐부한다는 거였다.
하지만 도저히 꿈을 포기할 수 없었던 열혈청춘 나희도는 자신의 우상인 올림픽 펜싱 금메달리스트 고유림(김지연, 우주소녀 보나 분)의 학교인 태양고등학교로 전학을 가기로 한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만난 고유림은 기대했던 만큼 상냥하지 않다... 사실 고유림은 어려운 집안환경 속에서 후원을 받아가며 어렵게 어렵게 펜싱을 이어가는 중이었고, 스타 펜싱선수가 된 이후에도 펜싱 협회 및 온 국민으로부터 받는 기대와 압박 속에 금메달을 따도 마냥 기뻐할 수 만도 없는 상황이다. 당연히 동갑내기 경쟁자, 라이벌 구도로 엮일 게 뻔한 나희도, 어머니는 유명 앵커에다가 집도 잘 살아서 걱정이라고는 본인 펜싱 실력밖에 없을 것 같은 철없는 나희도의 등장이 반가울 리가 없다.
한편 고유림의 펜싱을 후원하던 산일건설은 IMF를 직격으로 맞아 결국 부도가 나고, 산일건설 장남 백이진(남주혁 분)은 한 순간에 촉망받던 재벌 2세에서 가난한 고졸 취준생이 된다. 해체된 가족을 다시 모으기 위해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도 하고 전공과 관계없는 회사에도 계속 지원해보지만 IMF 시대의 취업은 쉽지가 않다. 그러는 와중에 어떻게 알았는지 빚쟁이들은 셋방까지 찾아와 아버지 소재지를 불라며 소동을 일으키는데... 유일하게 웃을 수 있는 순간은, 패기와 열정이 넘쳐 그 어떤 힘든 순간에도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긍정킹 나희도와 함께할 때 뿐이다.
과연 이들은 각자의 어려움을 딛고 행복해질 수 있을까?

아무래도 스틸컷을 보면 결국 모두 사이좋게 행복해지는 건가보다? (희망사항)

좋은 드라마를 만났을 때 늘 그렇듯 빨리 결말을 보고싶으면서도 종방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주말을 기다리기 힘들어서 '이거 왜 넷플릭스 드라마가 아닌가! 왜 한 방에 전 회차가 다 풀리지 않는거야!' 싶다가도, 덕분에 4월까지는 청춘 속에 살겠구나 싶어서 고마워지기도 하고 그렇다.
그래도 역시 주말 기다리기 힘들어! ㅜㅜ

■ 그 외 감상 이모저모

사실 나는 고등학생 시절이 그렇게 좋은 기억은 아니어서 - 기숙사 학교에 갇혀서 동기들과 경쟁하며 열씸히 공부만 했다 - 이런 청춘 드라마를 본다고 해서 나의 과거를 회상하게 되지는 않는 것 같다. 드라마를 보면서 자신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는 사람을 보면 좀 부럽다. 그래서 어릴 때는 청춘 장르 드라마를 싫어했었나? 좀 작위적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서른이 넘어 다시 이런 드라마를 보니, 이제는 오히려 힘들고 괴로웠던 내 청춘이 위로받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다이어트할 때 먹방을 보면서 대리 만족하는 것과 비슷하달까? 어쨌든 나의 실제 과거와 픽션을 한 발 떨어뜨려놓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니까, 결국은 나도 성장했다는 거겠지.

OST들도 너무 좋다. 드라마를 음악으로 기억하는 편이라, 잘 어울리지 않는다거나 음악이 과하게 삽입되면 드라마를 보는 것 자체가 힘들어질 때가 있는데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OST들은 90년대 음악의 공식을 따르면서도 세련된 편곡이어 너무너무 듣기 좋다. 솔직히 최근 OST 차트가 온통 리메이크 곡이거나 슬프고 애절한 곡 뿐이라 신나는 신곡에 대한 갈증이 있었는데 이런 이지리스닝 곡들이 한 방에 생기는 거 넘 좋아~

또 최근 시청한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는 실제 고등학생 배우부터 성인 배우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배우들이 함께 동갑 고등학생 연기를 했는데, 솔직히 연기력이나 케미 부분에서 아쉬움이 없었다고는 못하겠거든...
나는 솔직히 고등학생 연기도 아역이 아니라 주연이라면 성인 연기자가 맡는 것이 좋은 것 같다. 90년생 김태리가 고등학생 연기를 한다고 했을 때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지만, 지금은 모두가 자신의 경험을 연기에 잘 녹여낸 김태리를 극찬하는 것처럼.
다만 남주혁은 전작 '보건교사 안은영'에서 고등학교 선생님 역할을 맡았었는데 다시 고등학생 역할을 맡으면 배우 본인이 어색한 기분이 들지 않을까 싶었는데 다행히 고등학생은 아니구 대학생 역할로 나오더라구? ㅎㅎ재미있다.
그리고 보나도 너무 좋다!! 우주소녀 정말 좋아하는 그룹인데 이번 퀸덤2도 엄청 기대하고 있다구! 퀸덤도 코로나 때문에 난리던데 건강 조심해서 멋진 무대 보여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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