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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feel

인생 웹툰! 살아남은 로맨스 시즌1 완결을 축하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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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의 흥행을 볼 때마다 떠올리는 학교 좀비물이 있으니, 바로 최근 시즌1이 종료된 네이버 웹툰 '살아남은 로맨스'이다.

청춘 로맨스인 척 발랄하게 시작하자마자 심장 쫄깃한 스릴러로 변신해버리는 이 '살아남은 로맨스'를 영상화한다면, 최근 스위트홈 - 지옥 - 지금 우리 학교는으로 이어지는 K-크리쳐물, K-좀비물의 명맥을 훌륭하게 이을 수 있지 않을까? 넷플릭스 담당자님 지금이에요! 지금 이 작품을 캐치하셔야 시즌2 완결 나는 시점에 딱 맞춰 드라마 내서 인기를 이어갈 수 있다고요. 지금이 바로 최적의 타이밍!!!

■ 앞부분 스포가 조금 있는 줄거리

판타지 소설계를 휩쓸고 있는 스테디셀러 장르, 로맨스 빙의물! 그 일이 내게도 일어난다면?
어느 날 주인공은 청춘 로맨스 소설 '내일도 사랑해'의 여주인공 '은채린'이 되어 눈을 뜬다. 소설 주인공답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멋진 남자주인공과 썸을 타는데.
해피엔딩을 위한 고구마 전개까지 전부 겪어야 하는 건 좀 귀찮긴 하지만, 조금만 견디면 남주와 서브 남주의 사랑을 듬뿍 받는다는 정해진 결말을 알고 있으니 참을만하다. 소설 속이라 그런지 어차피 자신을 괴롭히는 엑스트라들은 모습이 보이지도 않는다. 다들 비슷하게 변조된 목소리에 코난 범인처럼 검은 그림자로 보여.. 중요 인물도 아니라는 건데 뭐 스트레스받을 필요 있나? :D
드디어 소설의 전개에 따라 남자 주인공에게 고백을 받기로 되어있던 날, 은채린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약속 장소인 음악실에 간다.
그런데 남자 주인공 유제하가 좀비가 되어 있었다... 띠용 로맨스물에 좀비요?
당황하다 좀비에 물려 죽은 채린, 눈을 떠보니 오늘 아침으로 루프해 있는 것이 아닌가? 아니 이번엔 또 회귀물이라고요?
채린은 어떻게든 남자 주인공을 살려서 평범하고 행복한 로맨스물로 돌아가려 애쓰지만 계속 죽음을 반복하며 점점 지쳐간다. 몇 백 번이나 죽었을까.. 이제는 아무것도 모르는 남자 주인공에게 원망스러운 마음이 든다. 그러자 그 순간 남자 주인공 캐릭터도 다른 엑스트라처럼 검게 변해버렸다.
채린이 죽음과 회귀를 반복하며 모든 것을 포기했을 때,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모르는 검은 엑스트라 X가 갑자기 채린을 구해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오랜만에 느낀 사람의 온기에 눈물을 흘리는 채린에게 X가 함께 삶의 의미를 찾자고 손을 내민 순간, 기적처럼 X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다시 한번 반전으로 X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뒤이어 채린도 죽음을 맞는다.
다시 한번 아침으로 돌아왔지만, 채린에게는 이전과 달리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바로 X를 찾아내 함께 좀비 소굴을 탈출하는 것!


■ 여기서부터 스포 마구 있음


이연 작가의 전작인 '화장 지워주는 남자'에서도 느꼈듯 일단 연출이 장난이 아니다.
로맨스에 빙의에 좀비에 회귀까지 온갖 장르를 섞었지만 하나도 정신사납지 않다. 어떻게 그러지?
가장 큰 미션인 X 정체 밝히기가 딱 중심을 잡아주어, 동시다발적으로 많은 사건들이 휘몰아치는 중에도 독자로서 읽으면서 집중이 흐트러지지 않았던 것 같다.

작가님이 맨 처음부터 X가 누구인지 픽스된 건 아니었다고 했는데~ 결국 채린이 처음 (마지못해) 구한 양미희가 애초에 채린을 구한 X였다는 결말도 완벽하다.
미희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학교물답게 다양한 개성의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것도 너무 좋았다. 드라마화된다면 역할에 어떤 배우들이 잘 어울릴지 가상 캐스팅을 고민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소설 속 등장인물이라는 설정을 백분 활용한 등장인물들, 천진난만 말괄량이, 똑똑하고 염세주의적인 1등, 정의로운 의리파 운동선수, 겉은 화려하지만 사실 마음은 부드러운 양아치, 자신만의 세계에 심취한 오타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목숨도 바치는 세계관 최강자 등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클리셰 총집합인데도 모든 것이 새롭다. 이렇게 진부한 것을 진부하지 않게 그리는 똑똑한 연출에 계속 감탄하게 된다.

말도 안 되는 사건들만 연달아 일어나는 와중에 사건의 개연성을 잊지 않는 것도 너무 훌륭하다. 예를 들어 정말 사소한, 채린이 왜 체육복으로 갈아입는지, 왜 머리카락을 자르는지 등 작은 행동부터 시작해 왜 누군가가 누군가를 왜 적대하는지, 왜 의심하는지, 왜 쉽게 믿는지, 왜 좋아하는지, 왜 집착하는지 등 감정 이유까지 억지스럽게 진행되는 사건이 하나도 없다.

사실 무엇보다 작품이 전달하려는 어떤 메시지들을 전부 잊은 채 그냥 생각 없이 읽어도 잘 만들었고 재밌는 이야기라는 점이 좋다.

마지막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연출, 코난 범인에서 시작해 얼굴이 하나하나 밝혀지고, 퇴장한 캐릭터의 얼굴에 X를 그렸다가 결국 살아남은 이들이 작품을 찢고 나오는 출석부의 변화를 덧붙이며, 간절한 마음으로 반년 뒤 시작될 시즌2를 기다려본다.

이연고 2-3반 출석부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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