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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feel

문 폴 Moonfall, 꼭 4DX로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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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완치 기념으로 영화관에 방문해 처음 본 영화는 사실 '더 배트맨'이었다.
나는 DC 팬이 아니고 배트맨 시리즈도 (아마 봤겠지만?) 기억이 나지 않아서 좀 걱정을 했는데, 히어로 무비라면 다 좋아하는 친구의 '어차피 히어로 무비는 서사를 기대하고 가는 것이 아니다. 액션 씬 빵빵하고 화면 이펙트 화려하고 소리 조명 쾅쾅 터지면 재밌는 거지~'라는 말에 설득되어 적당한 기대감을 가지고 표를 구매했다. 그리고 결과는 대실망 :( 2022년인데 너무 올드하다는 것이 둘 모두의 의견이었다.

그래서 오늘 문 폴을 보러 들어가면서는 모든 기대를 내려놓았다. 나는 재난 영화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4DX로 보면 안전벨트가 필요할 지경이다'라는 어느 리뷰 한 줄만 믿고 들어간 영화관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배트맨에서 기대했던 화려한 영상미, 시원한 액션, 호쾌한 사운드 그리고 적당한 긴장감을 이 영화에서 얻었다!
사실 영화 자체는 여느 재난 영화와 크게 다를 것이 없었지만, 4DX 효과가 너무 훌륭해서 4배는 더 재밌게 느껴졌던 것 같다. (그러니까 영화 볼 거면 꼭 4DX로 보세요!!)


■ 스포일러 없는 간략한 줄거리


평화롭던 어느 날, 달의 공전 궤도가 틀어졌다.
궤도를 벗어난 달은 급속도로 지구로 떨어지고, 남은 시간이 단 3일뿐이라는 사실을 알아낸 나사는 대중들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이 사실을 비밀에 부치려 하지만, 아마추어 천문학자인 일반인 K.C. 하우스맨(존 브래들리 분)이 이 사실을 전 세계에 뿌려버린다.
한편 나사 연구원인 조 파울러(할리 베리 분)는 현재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원인이 11년 전 우주에서 겪었던 사고에서와 같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는 2011년 우주왕복선에서 위성 수리 임무를 수행하던 중 일어난 사고로 동료를 잃었는데, 이때 정신을 잃는 바람에 다른 동료 브라이언 하퍼(패트릭 윌슨 분)가 '마치 벌레 떼처럼 생긴 외계 물질'에게 습격당했다고 주장했을 때 그를 돕지 못했다. 결국 사고는 인재로 판결 나고 하퍼는 나사에서 쫓겨났는데, 11년이 흐르고 지구 멸망을 앞둔 이제야 하퍼의 말이 사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외계 물질에게 습격당하고도 살아남은 조종사는 하퍼 뿐. 파울러는 하퍼를 찾아 다시 한번 달에 가 외계 물질을 파괴할 것을 부탁한다.
과연 그들은 달을 제자리로 돌려보내 인류를 구할 수 있을 것인가?


■ 여기서부터 스포 있는 감상 이것저것


- 일단 영상미가 너무 좋았다. 개연성이 없고 스토리가 어쩌고 하던데 나는 그런 거 상관없고 (어차피 영화 다 픽션인데) 지구로 가까이 다가온 달의 거대함에 좀 압도되었다. 우주 영화는 이런 맛에 영화관에서 큰 스크린으로 보는 거 아니겠어?
지구에서 행성을 본다는 점에서 작년에 넷플릭스로 봤던 '유랑지구'가 떠오르기도 했다.

- 4DX 효과가 너무 좋았다. 전속력으로 달리는 차 뒤로 땅이 푹푹 꺼지고 차는 절벽을 점프해서 뛰어넘는데, 이때 차에 맞춰 좌석이 흔들리고 바람이 불고 물이 함께 튀겨서 실감이 났다. 한 영화에서 우주의 무중력과 지구에서의 카 체이싱 효과를 모두 누릴 수 있다니 가성비 좋은 듯~

- 보면서 얼마 전 리뷰했던 '돈 룩 업'이 오버랩되었다. 이 영화에서는 지구 멸망이 발표됐을 때 사람들이 우리가 기대했던 대로 마치 '영화처럼' 반응하네.. 멸망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돈 룩 업'의 6개월보다 훨씬 짧아서 그런가? 하긴 죽음까지 3일 남았고 당장 바다가 넘쳐서 마을이 물에 잠기는데 믿지 않을 재간이 없겠지.
이 감독의 전작이 투모로우인 걸 생각하면 더 재미있다. 원래 제목이 '더 데이 애프터 투모로우'인데 한국인들은 지구가 '모레' 멸망한다고 하면 와닿지 않을 거래서 제목을 '내일'로 바꿔 개봉했다던 썰이 있었잖은가? 미국인들도 '내일'까진 아니어도 6개월보다는 3일이어야 '아 급하구나~' 한다는 거지. 사람 사는 거 다 똑같아.

- 어디서 본 것 같은 익숙한 배우들. 할리 베리는 한 눈에 알아봤으니 패스하고, 브라이언 하퍼 역을 보면서는 '엄브렐러 아카데미'의 스페이스 보이 역의 톰 호퍼가 자꾸 생각났다.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엘리트 우주인 이미지가 정해져 있는 걸까?
또 찌질이 방구석 연구가 K.C. 역을 보면서는 올라프 배우인 조시 개드가 자꾸 생각났는데, 실제로 조시 개드가 먼저 K.C. 하우스맨 역으로 캐스팅되었지만 스케줄 문제로 배우가 바뀌었다는 거였다. 아니 진짜 이미지 캐스팅이었잖아~

- 뭐랄까 '인셀들의 유쾌한 반란'이 요즘 미는 미국 감성인가 싶다. 배트맨에서도 인셀이 세상 뒤흔드는 이야기를 하더니, 요즘은 세상에게 무시당했지만 사실은 알파메일도 못하는 일을 척척 해내는 천재 은둔 찐따 재조명이 대세인가? 근데 이것도 키 작고 수염 덥수룩한 남성들에게나 해당되고 이들이 얻는 '보상'에 쭉쭉빵빵 미녀가 들어있다는 점은 - 예를 들어 신비한 동물사전의 제이콥 코왈스키는 금발 백치 미녀 퀴니의 사랑을 받음 - 여전히 한숨을 푹푹 내쉬게 한다.

- 2022년에 상상한 미래인도 일본어를 쓰더라..? 매트릭스에서도 가타카나 나올 때마다 비웃기는데 여기서도 최첨단 기술을 탑재한 달 문명에 가타카나가 연상되는 세로 문자를 쓰다니. 그럴 거면 좀 영어 집어치우고 찐으로 일본어나 한국어를 배우든지.. 너무 멍청해서 화가 난다기보다는 그냥 웃겼다.
그리고 아시아인 캐릭터에 대해서도 좀... 아시아인 여성 캐릭터를 그래도 비중 있는 인물로 넣어준 것까지는 마음에 들었다. 어떤 사람들은 중국 자본 먹었다고 욕하던데, 그래도 아예 없는 것보다는 아시아인 있는 게 훨씬 좋지 않나? 이런 효과라면 중국 자본 더 여기저기 먹였으면 좋겠는디?
근데 아시아인을 쓰긴 쓰는데 이제 생각할 수 있는 게 가정교사, 보모 역할이 전부라면 (극 중에서 교환학생으로 미국 왔다고 '한마디' 언급하긴 하더만), 돈까지 먹였는데 이 정도가 최선인 거면 좀 그렇긴 하지?

- 노골적인 PPL들은 하도 주변에서 욕하는 걸 미리 듣고 가서 그런가 웃기기만 해서 오히려 괜찮았다.

- 하여튼 놀이동산 가서 재미있게 놀이기구 타고 온 느낌! 그냥 집에서 넷플릭스로 봤으면 이렇게까지 괜찮은 평 주지 않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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