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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feel

나는 왜 네가 힘들까, 사랑하지만 상처 주는 이들을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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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예민한 사람이라는 것은 예전부터 익히 알고 있었지만,
최근 여러가지 일들을 겪으면서 나의 예민함에 대해 점점 더 불편을 느끼게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여러 일들이 마무리된 지금 예전부터 읽고 싶었던 예민함에 관련된 서적들을 밀린 숙제처럼 몰아 읽고 있다.

그리고 지금 읽고 있는.. 읽는 내내 뼈를 맞고 가루가 되고 있는 바로 이 책.

너무 맞는 말 대잔치라 기록을 남겨두려 하는 이 책은 바로!

 

 

 

나는 왜 네가 힘들까 - 뻔하고 진빠지는 '심리게임' 탈출 프로젝트

 

 


엄마와, 애인과, 친구와 항상 같은 방식으로 싸우고는
왜 이 우리는 항상 이런 식일까? 라고 생각하는 경우, 다들 있을 것이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상대는 이렇게 받아치고
내가 이렇게 대꾸하면 상대가 이 사건을 들먹이면서 운다.
그리고 싸움은 찝찝하게  끝나고 우리는 다음 날 다시 싸움을 반복한다..

얼마나 정해진 패턴대로 싸우는지 상대의 다음 대사를 예측할 수 있을 지경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이러한 대화(싸움)의 흐름을 '심리 게임'으로 보았다.
최근 레드벨벳 싸이코 가사를 현실화한 것 같다며 인기를 끈 환승연애2의 나연희두 커플도 어쩌면 이 심리게임을 반복하고 있었을 것이다.

 

 

 

 

 


참여자

이 게임에 어떤 사람들이 주로 참여하냐 하면,
그것은  '인생 태도', 즉 자신과 타자들에 대한 평가를 종합한 생활 자세에 따라 갈라진다고 한다

- 나는 좋은 사람인가?
- 나는 다른 사람들을 믿을 수 있는가?

 

 

 

 


역할

또, '심리 게임'이라는 명칭답게, 이 게임에는 세 가지 캐릭터가 존재한다.
그리고 이 캐릭터들은 순서대로 피해자, 박해자, 그리고 구원자이다.

여러가지 심리게임을 진행하면서 우린는 때로는 피해자의 역할을, 때로는 박해자나 구원자의 역할을 맡게 되지만,
마치 게임에서 주 캐릭터가 있는 것처럼 이 심리게임에서도 내가 가장 편하고, 자연스럽게 맡게 되는 역할이 있다고 했다.

1. 피해자

개인적으로 나는 지금껏 '피해자' 역할을 자처해왔던 것 같다.
피해자 캐릭터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순수하고 무고하지만 아무 힘도 못 쓰는 사람.
불행하고 수동적인 사람.
착하고 선의가 넘치지만 호구짓을 당하면서도 야무지지 못하고 답답한 데가 있어 주위사람들이 챙겨주는 유형.
자기가 이렇게 아픈데 너는 잘 지낸다는 이유로 죄의식을 조장함.

피해자의 목표는 상대의 동정심을 자극해서 자기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는 데에 있다.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은 너뿐이야! 너 없으면 나는 혼자 못해!"
똑똑한 피해자는 상대가 자신을 돌봄으로써 많은 것을 얻고 있다는 암시를 걸어 상대를 조종하기도 한다.


즉, 피해자는 연민을 자아내고, 사람 마음을 끌고, 짜증나게 하고, 감정을 자극한다.

피해자들은 일상 속에서 다음 행동들을 한다고 한다. (읽으면서 몹시 찔렸다....)
괴로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힘겹게 다리를 질질 끌고 걸으면서, 가능하면 군중의 눈에 띄도록 반대 방향으로 가면서.. 누가 자신에게 연민의 시선을 보내지 않는지 살핀다.
딱 보기에도 몹시 무거울 것 같은 짐을, 측은하도록 서툰 자세로 아슬아슬 들고 간다...
타인의 관심을 끌어당기고 붙잡아 놓는 일의 명수!

이런 피해자들의 숨은 의도는  결국 책임 회피이다.

 

 

2. 박해자

박해자가 없으면 피해자가 존재할 수 없지.
박해자 캐릭터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넌 왜 그 모양이야?"
권위적이고 꼬장꼬장하고, 사람을 겁주는 사람.
사람을 깎아내리거나 비판하는 말을 자주 하는 사람.
사람을 지치게 하고, 때로 성가시게 하는 사람.
화를 잘 내고 신경질을 부리는 사람.
좋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훈장질을 하는 사람.

곤봉을 휘두르기까지는 하지 않아도, 조금씩 사람의 피를 말리게 한다.
상대를 위협하고 겁을 주어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려는 유형이다.

 

즉, 박해자는 공격적이고, 못되게 굴고, 명령하고, 원한을 산다.

박해자는 어떻게 보면 그나마 가장 알아보기 쉬운 역할이지 않을까?
화가 많고 다른 사람에게 훈계를 늘어놓는다.
운전을 할 때에도 한숨을 푹푹 쉬고 경적을 울리고
자신의 맘에 들지 않으면 남의 집 아이도 서슴없이 혼낸다.
자기 부모에게도 잔소리를 한다.
분노한 눈빛으로 어휴!하고 한숨을 쉬고 다른 사람들을 끌어들여 자신의 비분강개에 맞장구치게 한다.

이런 박해자들의 숨은 의도는 욕구 불만을 표출하는 것이다.

 


3. 구원자

얼핏 보기에 좋아보이는 구원자, 하지만 구원자 또한 문제 투성이인데...
일단 구원자 캐릭터의 특성을 보자.

"나만 믿어, 널 위해서야"
선량하고 너그러우며, 이타적이고 남을 보호할 힘이 있는 사람.
언제라도 약자를 감싸고 힘 잃은 대의를 옹호할 용기가 있는 사람.
하지만 보호자의 입장을 취하면서 상대를 어린애 취급함.
상대를 과소평가하고 자신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설득하여 의존적 관계를 만듦.
이만큼 대단한 헌신을 했으니, 상대가 자신에게 큰 빚을 진 것이라 속삭임.

구원자는 일견 좋은 친구로 보이나, 실은 구원자가 주는 약이 원래 앓던 병보다 고약한 경우가 많다.
그 부적절한 도움 때문에 문제가 처음보다 훨씬 골치 아프고 복잡해지는 경우도 많다.


즉, 구원자는 사람을 숨막히게 하고, 별 효과도 없는 도움을 주고, 상대를 수동적으로 만든다.

구원자의 일상 생활 모습은 다음과 같다.
잘 보라는 듯이 대중교통에서 자리를 비켜준다.
자기가 나서서 상대에게 요긴한 정보를 알려주고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고 한다.
싸움에도 아주 잘 끼어들어서 약자라고 생각하는 편을 열렬히 옹호해준다.

그리고 이 구원자들의 숨은 의도는 바로 자기 권능의 확인이다.

 

 

 


각자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지만, 모든 심리 게임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실질적인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상대를 비난하고 책임을 전가하고 미묘하게 죄의식을 전가한다는 데에 있다.
싸우기 위한 싸움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그 싸움을 시작하기 위한 트리거가 언제나 존재한다.
이 책에서는 11가지의, 공격성을 촉발하는 행동을 설명하고 있다.

 

1. 과장하기
 : 그냥 담백하게 부탁할 수도 있는데, 꼭 연극적으로 과장해서 상대가 뒤집어질 만큼 큰  잘못을 지적한 것처럼 얘기한다.

2. 빈말로 때우기
 : 애매하고 공허한 어휘로 뭔가 말하고는 있지만 영혼이 없어 보인다..

3. 밑도 끝도 없이 갖다 붙이기
 : 지금 중요한 문제가 아닌데 과거의 잘못까지 우다다다 쏟아 놓는다

4. 남들과 비교해서 깎아내리기
 : 너무 잘 알고 있는 그것..

5. 딱지 붙이기
 : 그래 넌 어차피 ㅇㅇ니까. 넌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

6. 부정
 : 난 그런 의도가 아닌데 니가 혼자 그렇게 생각하는거야

7. 조롱
 : 타인의 욕구와 그가 하는 말을 놀리기

8. 심문조의 이유 추궁
 : 비난하면서 변명해보라고 몰아세우기

9. 불변의 진리로 밀어붙이기
 : 자신의 신념을 남에게까지 만고불변의 진리로 내세우기

10. 위협
 : 네 마음대로 해. 하지만 망하더라도 나중에 나한테 와서 징징대지 마!

11. 지레짐작
 : 상대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지 다 안다고 주장하기. 저 사람 다 알면서 그러는거야.

 

 

 

 


하지만 내가 싸우지 않기로 결심하면 의외로 쉽게 이 싸움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른다.
진심으로 죽고 싶은 사람의 죽음을 막을 수 없듯이, 삶을 열렬히 사랑하는 사람을 스스로 죽게 만들 수 없듯이 말이다.

 

피해자 게임의 끊임없는 역할 놀이에 지친다면, 우리 스스로 무대에서 내려와야만 한다.
어렵겠지만 다음의 방법들을 시도해보자.

 

 

1. 오해는 하나씩 푼다.
상대가 다른 문제들을 끌어들이기 시작한다면, 그 말도 맞지만 지금 하고 있던 얘기부터 마무리하자고 해보자.

2. 갈등이 불거졌을 때에는 6시간 후에 행동에 나서자.

3. 당사자와 직접 이야기하라.
상대와 어떻게 대화를 풀 것인지 마치 면접처럼 진중하게 준비하자.
감정을 쏟지 말고 침착하게 이야기해보자.

4. 사실에만 입각하라.
자의적인 해석, 비난, 왜곡을 없애고 대화해보자.
상대의 생각을 지레짐작하지 않기 위해 상대와 나에게 다음 질문들을 해보자.
- 네가 말하지 않은 걸 내가 어떻게 알겠어?
- 어떻게 ~ 라는게 ~ 를 입증할 수 있겠어?
- 내가 짜증났다는 인상을 너에게 줄 일이 뭐가 있지?

5. 적당한 선과 예의를 지켜라.

6. 나를 보살피고 나의 욕구에 귀를 기울이자.

7. 표현되지 않은 요구는 만족시킬 필요가 없다! ★

 

 

 

 


하지만 여전히 어려운 일일 것이 분명하기에, 책에서는 역할별로 좀 더 자세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1. 피해자

1-1. 내가 피해자라면?
자신이 사람 심리를 조종하고 있음을 인정하자.
넋두리 대신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을 파악하고 구체적으로 요구해보자.
내 문제를 남이 해결해주는 건 구원자의 아기 취급이고 부적절함을 상기하자.
나의 리듬과 템포대로 살아가는 자율적인 사람이 되자!

1-2. 상대가 피해자라면?
상대는 자신의 괴로운 과거에서 몇몇 장면을 재연하고 있을 뿐이다.
상대의 넋두리를 딱 끊고 지금 이곳에서의 문제만 집중하자.
상대가 구체적으로 바라는 바를 분명히 말로 표현하게 하고 스스로 답을 찾게 하자.



2. 박해자

2-1. 내가 박해자라면?
내 욕구 불만의 근본 원인을 찾자.
관용, 개방성, 현실 감각을 기르자.
스스로 금기한 행동을 남이 하고 있기 때문에 남을 비난하고 싶은 것임을 깨닫자.
남을 비난하고 싶을 때, 스스로 걸어둔 금기를 떠올리고 좀 풀어 주자.

2-2. 상대가 박해자라면?
내가 원하지 않는 상처는 내 것이 될 수 없음을 명심하자.
상대를 비난하지 말자. 어차피 상대는 들을 준비가 되지 않았다.
고함이나 위협, 멸시 어린 태도에 압도되지 말자.
심리 조종에 넘어가지 말고 차분하게 내가 할 말을 하자.
강압적이지는 않되, 단호하게 나가자.
나를 존중하고 예의를 지키라고 강력하게 촉구하자.



3. 구원자

3-1. 내가 구원자라면?
관심을 불러모으고 나의 에고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자.
상대를 내 아래로 보고 측은해하기보다는 동일한 눈높이에서 공감하자.
어쩔 도리 없는 피해자가 존재한다는 생각 자체를 버리자.
상대가 스스로 능력을 개발할 자유를 주자.
실질적인 도움과 구원의 욕구를 구분하자.

3-2. 상대가 구원자라면?
피해자 역할을 거부하고 도움을 과감하게 거절하자.
하지만 도와주겠다는 마음에 감사를 표하자. 그래야 앙심을 품지 않는다.
그에게 성가시면서 만족감은 별로 없는 역할을 맡겨보자.



 

 


이렇게 심리 게임을 단호히 끊어내다보면

아직 미성숙한 사람들이 보기에는 다소 냉정한 모습으로 비칠 수도 있다.
남들에게 아기 노릇하거나 부모 노릇하기를 거절하려면 매 순간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노력했음에도 습관적으로 심리 게임에 들어가버렸다면!
그럴 때에도 단계별로 빠져나오는 방법이 다 있다!

 

1. 상대가 던지는 떡밥을 피하기
상대가 교묘하게 성질을 살살 긁는 말로 심리 게임의 시동을 건다면, 이렇게 말해보자.
- 그거야 너 생각이지~
- 너가 그렇게 믿고 싶다면 그럴 권리가 있지~
- 너의 의견은 그렇구나! (난 아니지만)

혹은 못알아들은 척 있다가 차분하게 다른 화제를 꺼내거나,
과장해서 유머러스하게 한 술 더 떠 상황을 넘겨버리는 방법도 있다.


2. 자기 약점을 보호하기
상대가 나의 약점을 건드릴 때, 발끈하기 보다는 '아 여기가 나의 민감한 부분이구나' 파악하고 열등감 없이 말해보자.
- 나는 이런 주제에 민감해. 상처를 잘 받는 부분이야. 조금만 조심해 줄래?


3. 자동 반응 프로그램을 제거하기
마음을 아무리 다잡아도 욱 하는 순간 같은 반응을 반복한다면 다음에는 다른 반응을 선택해보자.
이런 새로운 반응은 내 약점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4. 어떤 역할을 떠맡지 말기
이 모든 노력에도 정신차려보니 심리 게임을 시작했다면 바로 뒷걸음질로 나올 수 있다.
어른스럽고 진솔한 태도로 게임을 무르자.
- 앗 미안... 내가 그렇게 반응하는 게 아니었는데. 내가 진짜 하려던 말은 이거야..


5. 덫을 제거하기
지금 하고 있는 게임을 모른척하지 말고 과감하게 해결해보자.
- 이 게임이 이런이런 식으로 흘러갈거야. 이 얘기를 또 할 필요가 있을까?
- 이번에는 서로 못된 말 하지 말고 서로의 좋은 점을 말해보자.
- 우리가 싸우는 숨겨진 쟁점이 이거이거지?
- 당신이 진짜로 이렇게 말하는 이유가 뭐야? 이거랑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어. 그냥 이야기해줘.


6. 극적 반전에 맞서기
상대의 비장의 무기! 지울 수 없는 과거 문제 꺼내기!
는 때로는 웃음이나 농담으로 무색하게 만들 수 있다.
그냥 씩 웃거나 좋아! 그래서 뭐? 라고 해보자.


7. 돌이켜보고 학습하기
노력했지만 이번에도 심리 게임을 진행해버렸다면... 반성하자!
- 게임이 언제 시작되었는가? 전조가 보였나?
- 떡밥은 무엇이었나? 누가 떡밥을 뿌렸나?
- 약점은 뭐였나?
- 어떤 자동 반응이 나왔는가?
- 그 반응이 어떤 전개로 이어졌는가?
- 우리는 어떤 역할을 맡았는가?
- 표면상의 쟁점과 숨겨진 쟁점은 무엇이었나?
- 내가 알고있으면서도 모르는 척 한 것은 뭐였나? 왜 그랬나?
- 상대가 알면서 모르는 척 한 건 뭐였나? 왜 그랬을까?
- 누가 반전을 일으켰나? 어떤 식이었나?
- 우리는 어떤 식으로 역할이 바뀌었나?
- 상대에게는 어떤 긍정적인 의도가 있었을까?
- 내가 긍정적으로 반응하려면 어떻게 했어야 했나?
- 나 자신의 욕구는 무엇이었나?
- 새로운 대화 속에서 어떻게 욕구를 반영할 수 있을까?
- 다음 대화는 어떤 방식으로 할 수 있을까?
- 다음에 내가 신경쓸 부분은 뭘까?




 


이 책에서 내가 배우고 익힐 부분이 너무 많아서..
오랜만에 긴 글로, 감상이라기보다는 요약 정리에 가까운 포스팅을 작성해보았다.

어릴적부터 나는 늘 작은 일에 발끈하지 않고 초연한 사람이 되기를 바랐다.
부디 나도 심리 게임의 트리거가 눌렸을 때, 거리를 두고서 여유로운 자세와 가치 판단으로 어른스럽게 게임에서 빠져나올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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