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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 어린 왕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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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활은 늘 똑같애. 나는 닭을 잡구, 사람들은 나를 잡는데, 사실 닭들은 모두 비슷비슷하구, 사람들도 모두 비슷비슷해. 그래서 나는 좀 따분하단 말이야. 그렇지만, 네가 나를 길들이면 내 생활은 달라질거야. 난 보통 발소리하고 다른 발소리를 알게 될 거야. 보통 발자국 소리가 나면 나는 굴 속으로 숨지만, 네 발자국 소리는 음악 소리처럼 나를 굴 밖으로 불러낼거야. 그리구 저기 밀밭이 보이지? 나는 빵을 안 먹으니까 밀은 나한테는 소용이 없구, 밀밭을 보아도 내 머리에는 떠오르는 게 없어. 그래 참 안타깝단 말이야. 그런데 너는 금발이잖니. 그러니까 네가 나를 길들여 놓으면 정말 기막힐 거란 말이야. 금빛깔이 도는 밀밭을 보면 네 생각이 날테니까. 그리구 나는 밀밭을 스치는 바람 소리까지도 좋아질 거야."

 

여우는 말을 그치고 어린 왕자를 한참 바라보더니,

 

"제발, 나를 길들여 줘."

 

"그래, 그렇지만 나는 시간이 별로 없어. 친구들을 찾아야 하거든." 어린 왕자가 대답했다.

 

여우는 힘 없이 말했다.

"사람들은 이제 무얼 알 시간조차 없어지고 말았어. 사람들은 다 만들어 놓은 물건을 가게에서 산단 말이야. 그렇지만 친구는 파는 데가 없으니까, 사람들은 이제 친구가 없게 되었단다. 친구가 필요하거든 나를 길들여."

 

"어떻게 해야 되는데?"

 

"아주 참을성이 많아야 해. 처음에는 내게서 좀 떨어져서 그렇게 풀 위에 앉아 있어. 내가 곁눈으로 너를 볼테니 너는 아무 말두 하지 마. 말이란 오해의 근원이니까. 그러다가 매일 조금씩 더 가까이 앉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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