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rchive/.lines

2011.04 칠드런

728x90

 

p. 119

'죄를 미워하되 사람을 미워하지 말라'는 말은 실천하기 어렵지 않다.

대부분의 자식은 대부분의 아버지에게 이 격언을 실천하고 있으니까.

 

p. 120

"어린이는 부모를 용서하는 일에 익숙해져 있다"는 말도 그럴듯하고,

"부모는 늘 어린이를 환멸하게 만든다"는 말은 내가 늘 느끼는 것과 일치한다.

 

p. 187

"응. 트루먼 카포티. 그의 소서에 말이야, 이런 구절이 있지.

'세앙의 모든 일 가운데 가장 슬픈 것은 개인에 관계없이 세상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만일 누군가가 연인과 헤어진다면 세계는 그를 위해 멈춰야 한다'라고."

 

p. 301

"하기야 어느 쪽이면 어때, 어떻게 자라든 그 딸은 비뚤어질 텐데."

"그런 무책임한 말은 하지 말라고요."

"절대로 그렇다니까. 그 딸도 언젠가는 나쁜 일을 저지르고 우리 가정재판소에 올 거야."

"그렇게 단정하지 말라니까요."

"무토도 어렴풋이 느끼고 있을걸. 어린아이는 부모를 보고 자라게 돼 있어.

부모 사이가 나쁘거나 정이 없으면 무조거너 비뚤어지게 되어 있다고, 절대로."

"정말 그럴까요?"

"나처럼 아버지에게 한방 먹이고 모든 걸 씻어버리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그런 충고를 할 수야 없지 않습니까."

 

p. 302

"매일 올 생각인가요?"

아키라는 눈을 내리깔고 술값 계산을 했다.

"매일은 아니라니까."

"혹시 그것 때문에? 매일 오면 나랑 마음이 통할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

경멸 섞인 어조였다.

"텔레비전 드라마처럼?"

"마음이 통해?"

진나이는 그런 표현은 처음 들어본다는 듯이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마음이 통해? 나하고 너하고? 바보같은 소리 하고 있네. 왜 내가 너랑 마음이 통해야 하는데?"

"나를 갱생시키려고요."

아키라는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렇게 해서 고등학생이 갱생할 수 있다면, 전국의 가정재판소 조사관들이 내일부터 모두 매일 저녁 술집으로 출근하겠군."

그건 그렇네, 하고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른들이란 도대체가 그런 잔소리밖에 할 줄 몰라요. 그래서 싫어요." 하고 아키라는 탄식하듯이 말했다.

그렇지 않아, 이 어른이 특히 잔소리가 심할 뿐이야, 하고 나는 수정해달라고 외치고 싶었다.

 

p. 304

마지못해 칭찬하는 듯했다.

"기타 연주, 괜찮았지?"

"나쁘진 않았어요."

"꽤 괜찮다는 생각 안 들었어?"

정말 끈질기다고 나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아, 한가지."

아키라는 불쾌한 듯 눈썹을 찌푸리며,

"그렇다고 해서 진나이 씨랑 마음이 통한 건 아니에요" 하고 잘라 말했다.

"알아."

진나이는 아랫입술을 내밀었다.

"넌 갱생하지 않을 거야."

"안다니 다행입니다."

 

p. 382

마치 잠꼬대라도 하는 듯한 목소리였다.

"인간이란 학습이 불가능한 동물인가?"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진나이는 유코와 내 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사람이 사람을 치는 건 그리 상쾌한 일은 아니지만, 곰이 때리는 건 괜찮을 거야"라는 영문 모를 말을 했다.

유코는 진나이의 기세에 눌렸는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진나이는 지금 사람을 때리려는 거야?"

 "갑자기 곰에게 맞으면, 놈이 깜짝 놀라겠지.

그놈의 상식으로는 곰이 사람을 때리는 일은 있을 수 없을 테니까."

 진나이는 남의 물음에 대답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향해 말하고 있었다.

진나이가 말하는 '그놈'이 누구인지, 그가 뭘 하려 하는지 도무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300x250

'Archive > .lin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2.04 골든 슬럼버  (0) 2014.10.22
2011.05 사막  (0) 2014.10.22
2011.05 종말의 바보  (0) 2014.10.22
2011.05 오듀본의 기도  (0) 2014.10.22
2011.05 러시 라이프  (0) 2014.10.22
2011.05 피쉬 스토리  (0) 2014.10.22
2011.04 명랑한 갱의 일상과 습격  (0) 2014.10.22
2011.04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0) 2014.10.22
2011.03 사신 치바  (0) 2014.10.22
2011.03 마왕  (0) 2014.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