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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 명랑한 갱의 일상과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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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75

"후지이,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은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거야."

교노가 진지한 얼굴로 자식에게 설교하듯 말했다.

 

"자기 이야기는 되도록 안 하는게 제일 좋아.

입 밖으로 내는 말은 자기가 생각한 것의 70% 정도가 딱 좋아.

상대방의 말을 10 들었잖아? 그럼 이쪽에선 3 이야기하는 거야, 그 정도가 베스트지."

 

후지이는 미간을 찌푸린다.

"교노 씨, 교노 씨는 지금껏 남의 이야기를 3이고 4이고 간에 들어본 적이 없잖습니까?

교노씨가 10 말하고, 상대방의 말은 아예 안 듣잖아요."

 

"혹시 이런 속담 아나?" 교노가 둘째손가락을 치켜들며 말한다.

"내가 하라는 대로 하지, 내가 하는 대로는 하지 말라."

"자기 본위적 발언입니다."

"글쎄 뭐, 그렇다면 그런 거고."

 

p. 84

"자네 그거 아나? '유리 집에 사는 사람은 돌은 던져서는 안 된다'라는 속담이 있는데."

"생전 처음 듣는 말인데요."

"유리로 만든 집에 사는 사람이 돌을 던져 봐. 밖에 있는 사람 역시 그곳으로 돌을 던지겠지.

그럼, 자기 집은 곧 산산조각 나는 거지. 약점을 갖고 있는 인간은 당대를 비판해서는 안 돼.

역으로 비판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교훈이야."

"그런가?"

"이건 내 생각인데, 가만 보면 유리 집에 사는 사람일수록 또 돌을 던지는 경향이 있어."

"무슨 말이예요?"

"자기 약점을 감추겠단 일념에서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p. 111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죠.

'알을 깨지 않으면 오믈렛을 만들 수 없다'는 말 알아요?"

"그게, 무슨……."

"상처 없이는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는 말이죠. 오믈렛을 만들고 싶으면 알껍데기는 깰 수밖에 없다.

의역하자면, 지레 겁부터 내지 말고 무슨 일이든 해보라는 의미겠죠."

 

p. 120

가위(可謂) 일품

 

p. 152

"식용으로 쓰려고 순간적으로 닭을 잡는 것과는 다른 거예요.

닭이 괴로워하며 죽어갔을 것을 생각하면 정말이지 끔찍해요.

혹시라도 이게 방화였다거나 하면, 절대로 그 작자를 용서할 수 없습니다."

 

"당신, 채식주의자요?" 궁금해서 물어보니 구온 청년은 파안대소하며 답한다.

"고기는 없어서 못 먹죠. 닭고기는 특히 더 좋아합니다."

 

p. 222

"지금 생각해보면 그거 잘못된 판단이었어. 치기 어린 생각이라고 봐야지.

양복도 익숙해지면 나쁠 거 없어. 결국 그런 게 다 이미지에 대한 고정관념이야.

젊을 때는 양복이라든가 회사원이라든거, 거대 조직의 일개 부품이라든가, 그런게 다 시시하게 생각되잖아."

"실제로는 시시하지 않단 말이예요?"

"아니, 뭐, 무슨 일이나 다 큰일이기도 하고 시시하기도 하다, 그거지.

거대 조직의 부품이 되긴 싫다 어쩐다 하는 사람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거야."

교노는 말하고 "아무튼 오늘 같은 경우는 양복을 입는 게 적합해.

게다가 양복을 입고 있으면 이것저것 많이 집어넣을 수 있거든."

 

p. 265

"네가 말하는 건 애매해서 이해하기 힘들어. 등산길 같아, 전모가 보이지 않는다고."

"일 년 전에도 그런 말을 하더니." 나루세가 미간을 찌푸리며 대꾸했다.

"몇 번이고 말할 수 있지, 나는."

"몇 번이든 말하지 마라, 제발."

"너는 뭣이든 앞을 내다보는 거 같은데, 그렇게 사는 게 좋냐?

앞일을 모르니까 인생 즐거운거 아니냐?

수법을 다 알고 보면 마술쇼를 즐길 수 있냐고."

"뭐, 그렇게도 볼 수 있지만. 그럼 교노 너는 어떤 일의 진상을 누군가 말해주기보다 감추고 말하지 않길 바라나?"

"그야, 그렇진 않지. 웬만한 일들은 나도 대충 꿰뚫어본다고.

다만 남들이 시시해할까 봐 모르는 척할 뿐이야."

"모르는 척하는 데는 선수라고 해야겠군."

"아무렴."

 

p. 365

유도복을 입은 남자들은 이러다 교노 일행을 짊어진 채

지하철 구내 개찰구까지 돌파하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될 정도의 기세였다.

하지만 카지노에서 어느 정도 떨어진 지점까지 오자

"그럼, 여기서 이만" 하곤 떠나갔다.

꼭 공연을 마치고 무대 뒤로 사라질 때처럼 쿨한 퇴장이었다.

 

p. 379

"한 가지 물어봐도 되냐?" 교노가 말한다. "왜, 너는 우리들한테 그런 작전을 미리 말해주지 않았냐?"

"'수법을 다 알고 보는 마술쇼가 재밌냐?'고 한 것은 바로 너 아니냐?" 나루세는 머리를 긁적이면서 짧게 대답한다.

수화기 저편에서 교노의 쳇, 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말이야." 나루세가 계속한다. "너는 전부 내다보고 있는 줄 알았지."

"내가? 글세, 별로 그래 보이지는 않았을 텐데.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래? 나는 네가 원래 모르는 척하는 데 선수인 줄 알았지."

 

p. 383

넓은 밭에 씨앗을 골고루 뿌려놓고 막판에 하나도 남김없이 차곡차곡 거둬들여

풍성한 한 상을 차려낸 이사카 고타로의 정찬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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