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가을 갑작스럽게 시작된 꼬리뼈 통증으로 앉지도 서지도 눕지도 못하던 나.
꼬리뼈 통증이라 허리디스크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내가 넘어졌던가? 꼬리뼈가 부러졌나?" 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정형외과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이게 추간판탈출증 - 디스크 초기 증세라고 하시는 거였다.....
처음 들었던 생각은 의외로 '큰일났다'가 아닌 '아 올게 왔구나'였다.
그 동안 그렇게 엉망진창인 자세로 살았는데 내 허리가 이만큼 버텨준 게 고맙지. 언젠가는 찾아올 질병이라고 생각했었다.
다행히 디스크 초반의 심각하지 않은 상태여서 (그래도 통증은 정말 심각했다) 처음 갔던 정형외과에서는 신경주사와 도수치료를 몇 번 받았다.
하지만 통증은 나아지지 않았고, 좀 더 정밀검사를 해보고 싶은 마음에 수원에서 유명한 척추 관절 병원을 찾다가 나누리병원을 알게 되어 상담 예약을 했다.
상담 후 하루 입원하여 MRI와 CT 촬영을 해보기로 했다.
나누리병원 이모저모. 코로나가 심각한 만큼 입원 전 코로나 검사는 필수이다.
주차장은 지하에 있는데, 척추 관절 전문병원답게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을 위해 발렛 파킹을 해주신다.
내가 입원할 때에는 사람도 많고 해서 주차를 해주셨고, 단순 내원이고 계단을 오를 수 있는 상태라면 직접 주차를 하기도 한다.
나는 6인실 병동을 사용했다. 창가 자리를 배정받다니 럭키~
아무래도 질병 특성 상 어르신들과 함께였는데, 다들 어린애가 왔다고 살갑게 맞아주셨다.
사실 다들 모여서 미스터트롯+사랑의콜센터 보시느라 바빴음 ㅋㅋ 나는 계획대로 나만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애초에 연휴 기간에 입원하기로 결정했을 때부터 호캉스 뺨치는 '병캉스'를 갖자고 결심하고 왔기 때문에 푹 쉴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다.
집에 있었으면 오히려 통증 때문에 고생했을텐데, 무통주사와 진통제로 자고싶은 만큼 푹 수면할 수 있었다.
야무지게 챙겨온 노트북으로 넷플릭스 영화 시청도 빼먹을 수 없지!
자다 일어나 영화보고 또 자다 일어나 밥먹고, 또 자고 또 자고..
이렇게 아무 걱정 없이 푹 쉰게 얼마만이었나? 비록 아파서 들어온 병실이지만 나는 몹시 만족했다.
그래서 말인데 밥도 맛있었다!!!
병원밥답게 건강한 음식들이었지만 수술 환자가 아닌 만큼 죽을 먹을 필요는 없었고, 반찬들도 다 간이 잘 되어 진짜로 맛있었다.
아니 좀 입원 후기에 만족스럽다는 말 밖에 없어서 웃기긴 한데 저는 정말 좋은 병캉스였다고 생각하고요..
척추 관절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면 수원 나누리병원 완전 추천합니다..?!
사실 이렇게 좋은 기억만 남을 수 있었던 건 역시 검사 결과가 심각하지 않게 나왔기 때문이겠지?
처음 갔던 동네 정형외과의 진단과 크게 다르지 않게 디스크 초기인 추간판탈출증으로, 앞으로 악화되지 않게 잘 관리하라며 신경주사 및 물리치료를 처방해주셨다.
하지만 아무래도 허리 건강이라는게 마사지나 병원 치료로만은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나는 퇴원하자마자 1대 1 필라테스 수업을 시작해서 이제 거의 10개월 가까이 주 2회 꼬박꼬박 필라테스를 하고 있는데,
덕분에 꼬리뼈 통증이 정말 많이 나아졌다. (하루에 두세번 정도만 아프다!) 자세도 많이 바르게 바뀌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운이 정말 좋았던 것 같다.
익숙한 허리 통증이 아니라 생소한 꼬리뼈에 통증이 찾아왔고, 그래서 참는 대신 바로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을 수 있었고, 바로 집 근처에 필라테스 학원이 있었고, 하필 나랑 잘 맞는 필라테스 선생님을 만나 꾸준히 운동해서 건강해지다니.
꼼짝없이 "허리 수술 삼천만원" 행이었을 수도 있는데, 얼마나 많은 감사한 우연들이 나를 건강의 길로 이끌었는가?
지금은 심지어 필라테스에 재미를 느껴 앞으로도 꾸준히 운동하려 한다. 물론 1대 1 필라테스 가격이 좀 사악하긴 한데.... 그래도 디스크 수술이랑 비교하면 완전 애교 수준이지! 건강 근육맨 되는 그날까지 그리고 그 이후로도 계속 운동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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