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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상대방 연락두절, 대인접수 거부, 경찰서 교통계 사고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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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와 같은 아침 출근길, 평소와는 다른 사건이 일어났다.

그것은 바로..... 교통사고 ㅜㅜ

1. 사고 경위

2. 보험 접수 (상대방 잠수)

3. 경찰서 교통과 교통사고 접수

4. 후기

 

 

 


1. 사고 경위

나는 작은 다리를 건너 건물 사이의 1차선 도로를 향해 운전 중이었다.

상가 골목들이 보통 그렇듯이 이면주차 차량도 많았고,

출근 시간이라 걸어다니는 사람도 많아서 엑셀에서 거의 발을 떼고 최대한 천천히 주행했다.

 

그리고 다리를 다 건너 도로로 진입하려는데 왼쪽 멀리에서 미친듯이 달려오는 차량을 발견..!

저런 차는 먼저 보내는 것이 좋겠다 싶어서 곧바로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상대 차가 내 예상보다도 훨씬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거였다 ㅜㅜ

 

 

차를 처음 발견했을 때 거리가 꽤나 멀었기 때문에 내 앞에서 충분히 멈출 수 있을 것 같았고,

또 1차선 도로이긴 하지만 상가 앞의 공간이 차 2대가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넓었기 때문에

멈추지 않더라도 조금만 왼쪽으로 핸들을 꺾으면 나와 부딪히지 않을 수 있는 넓이였다.

 

 

그래서 처음에는 '설마 부딪히겠어?' 하는 마음이었는데

상대 차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직진하는 것을 보면서 점점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급하게 후진 기어로 손을 뻗어봤지만 결국 충돌 ㅠㅠ 저기요.. 앞에 보고 운전하셨던 것 맞죠..? ㅜㅜ

 

 

 

 

 

뒤늦게나마 상대 차도 나를 발견했는지 급히 속도를 줄여서 세게 부딪히지는 않았다. 너무너무 다행이야.

 

 

놀랐지만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데 상대 차주 아저씨가 내리더니

나한테 갑자기 튀어나오면 어쩌냐는 둥 정차를 했어야 한다는 둥 그렇게 운전하면 어쩌냐는 둥 화를 내기 시작했다.

 

 

아니 제가 여기서 뭘 어떻게 더 잘 해요... 10으로 달렸는데요.. 다리 앞에서 확인했을 때 아무 차도 없었는데요..

그 와중에 (비록 실패했지만) 내 뒤에 차 없는 것 확인하고 후진 기어로 바꾸려고 시도도 했고

나는 진짜 나에게 돌진하는 차를 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했다고 생각하는데요..

 

라고 생각은 했지만 놀라서 어버버.. 잘 대꾸하지는 못했다 (억울해)

 

 

 

손이 떨렸지만 어디선가 본 사고 대처 요령을 떠올리면서

차에서 내려서 사고 상황도 찍고 양쪽 차 피해상황도 찍고 상대 차 번호도 찍고

그리고 아저씨에게 괜찮으시냐고 보험 접수 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아저씨는 보험을 부르기 싫은지 자꾸만 어떡하냐고 어떡하냐고만 반복하다가 (뭘 어떡해요 보험 부르자고요ㅠㅠ) 번호만 띡 주더니 이름도 안알려주고 나중에 전화한다며 슝 가버렸다.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아가씨 괜찮냐고 저 차가 너무 세게 달렸다고 아가씨 잘못 없다고 놀랐겠다고 해주셔서 눈물이 날 뻔 했다.

제가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감사 인사도 못드렸는데 아주머니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2. 보험 접수 (상대방 잠수)

아아 그 자리에서 경찰에 바로 사고 접수를 하거나 보험회사에라도 연락을 했어야 하는데.

상대가 가버리니까 나도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다가 일단 블랙박스를 봐야겠다 싶어서 집에 왔다.

출근도 해야 되고....

 

 

① 대물 접수

일단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한 뒤 출근해서 아저씨의 연락을 기다렸다. 이따가 전화한다고 했으니까.

그런데 거의 4시간이 지나 점심시간이 될 때까지 아저씨는 연락을 주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내 보험회사에 전화해 나라도 사건 접수를 했다.

보험 담당자님이 나에게 그래도 상대방이랑 연락을 해서 상대도 보험 접수를 하게 해야 한다고 했는데

내가 그 아저씨랑 통화하기 너무 무섭다고 대신 연락해주면 안되겠냐고 부탁해서

담당자님이 대신 아저씨랑 통화해주셔서 겨우겨우 대물 접수를 마쳤다.

 

 

② 대인 접수 (거부)

나는 몇년 전부터 꾸준히 허리디스크와 거북목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인데,

아침이라 안그래도 굳은 몸에 나를 향해 돌진하는 차를 보면서 순간적으로 확 긴장한 상태로 박았더니

살짝 부딪힌 건데도 뒷목을 타고 두통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꼬리뼈 통증도 ㅜㅜㅠ

 

주변에서 너 디스크 터지면 어떡하냐고 아무리 조금 아파도 병원은 꼭 가봐야 한다고 해서

병원 접수를 위해 보험사에 연락해 대인 접수를 요청했다.

 

 

그런데! 아저씨가 대인 접수를 거부한다고!!!! 대체 왜요?!

그냥 거부하는 게 아니라 아예 잠수를 타서 보험사 대인 담당자 (본인 보험사) 의 연락도 받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당일에는 병원 못 감..ㅠㅜ

 

 

그리고 다음 날, 자고 일어났는데 머리가 깨질듯이 아팠다.

아 나 괜찮은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나?

회사에서 일하다가 도저히 못참겠어서 늘 다니던 사내 한의원에 방문했다.

 

원장 선생님이 왜 당일에 병원 안왔냐고 혼내면서 진단서를 끊어주셨다....

일단 진단서부터 받고 대인접수 계속 안되면 경찰서 신고하라고. 진짜 하루종일 긴장하고 있었는데 그래도 맨날 보던 우리 의사 선생님 간호사 선생님들 보니까 좀 마음이 사르르 녹는 기분이더라.... 쌤 고맙습니다ㅜㅜ

 

 

 

 


3. 경찰서 교통과 교통사고 접수

아아 꼭 경찰서까지 가야할까? 하는 생각을 100번도 더 했다 ㅜㅜ

아니 내가 도둑도 아닌데 경찰서는 왜 이렇게 무서운 거야!!!

 

 

① 관할 경찰서 알아보기

내 사고 지점부터 근처의 두 파출서까지의 거리가 거의 같아서 더 가까워보이는 파출소에 전화해 관할 구역이 맞는지 먼저 문의했다. 경찰관님이 관할 구역 맞다면서 엄청 친절하게 사고 접수 시 필요한 것들 (신분증, 진단서, 근처 방범용 카메라 번호) 을 알려주시면서 잘 챙겨서 오라고 해주셨다.

 

 

② 방범용 카메라 번호 확인하기

어차피 아파서 일도 집중 안되니 일찍 퇴근해서 사고 지점에 가 방범용 카메라 번호를 확보하기로 했다.

방범용 CCTV는 노란색 네모 표지판을 보면 되고, 아래 왼쪽 사진에 보이는 A- 로 시작하는 관리번호를 적으면 된다.

사고 현장에 방문한 김에 대체 제한속도가 몇인데 그렇게 달렸나 궁금해서 바닥을 보니 30이었다.

아니 대체 30인 길 (심지어 노인보호구역이었음) 에서 그렇게 달리시면 어떡해요 ㅠㅠㅠㅠㅠ

 

 

③ 관할 파출소 방문 (요건 잘못 감)

준비물을 잘 챙겨서 파출소에 들어갔는데 와 내 예상보다 훨씬훨씬 무서운 거였다.

나 왜 떠는거냐 스스로 의아할 지경

하지만 내가 떨고 있으니까 엄청엄청엄청 친절한 여자 경관님이 오셔서 무슨 일인지 물어주셨다.

(검은색 주머니 많은 경찰 조끼를 입고 계셨는데 제복 너무너무 잘어울리셨음... 멋있어요)

 

그리고 교통사고 접수는 파출소가 아니라 경찰서 교통과로 가야한다고,

어디 경찰서로 가서 본관이 아니라 우측 별관으로 가야한다는 것까지 아주 자세하게 알려주셨다.

처음에 무서워한 게 민망할 정도로 잘 챙겨주셨음. 고마운 분들이 참 많다!

 

 

④ 경찰서 교통과 사건접수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경찰서에 도착했다.

별관의 교통 종합민원실에 들어가..려는데 유리문이 열리지 않아서 당황했다.

쭈뼛거리며 기다리니 어떤 분이 문 앞의 전화기로 부서에 연락을 해야한다고 하셨다.

어유 너무 떨려요

 

어지쩌지 들어가서 신분증을 내고 경위서를 작성했다.

글씨가 자꾸 개발괴발이 되어서 손가락을 떨지 않으려고 엄청 노력했음 ㅋㅋ 왜이렇게 긴장이 되는지!

그리고 이제 담당 경관님께 가서 사고 위치랑 경위 설명드리고 사진이랑 영상도 드리고

현재 상황이 어떤지 - 상대방이 연락두절이 되어서 대인접수가 불가하여 경찰 사고 접수 하러 왔다 - 등등을 설명했다.

 

이번 경관님도 엄청 좋은 분이셔서 내가 좀 두서없이 설명하는데도 계속 잘 들어주시고

내가 긴장을 풀 수 있게 엄청 친절하게 중간중간 설명도 해주시고 그러셨다.

사고는 슬프지만 사고로 만나게 된 분들은 전부 다 좋은 분들 뿐이어서 (상대 차주 빼고!!) 정말 감사하고 따뜻한 마음이다.

 

 

 

다만 슬픈 소식은.

 

경관님도 영상 보시고 상대 과실이 더 크다고, 상대가 운전 중에 딴짓하면서 과속한 게 맞는 것 같다고 하셨지만

 

 

대한민국 현행법 상 과속 처벌 기준은 제한속도 +21이기 때문에 상대가 51키로 이상으로 밟지 않았다면 처벌이 불가하고, 또 전방주시 태만 역시 입증이 어렵기 때문에 상대 과실을 법으로 처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런 식으로 접수되는 거의 대부분의 사고들이 가해자의 운전 중 한눈팔기로 인해 발생되는데

그런 사람들은 애초에 뻔뻔하게 아니라고 계속 우기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거의 처벌하지 못했다고.

 

신호등 없는 교차로에서 일어난 사고는 아무리 내 잘못이 아니어도 무과실이 나오지 않는다고도 하셨다.

얼마 전에는 음주운전이었는데도 4:6이 나왔다고 한다. 대체.. 내가 배워온 정의가 이게 맞나?

 

 

 

처벌은 커녕 대인 접수도, 사고 접수가 됐으니 경찰에서 연락은 하겠지만

그럼에도 상대방이 무시하고 배짼다면 더 이상 경찰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했다.

그리고 보험사의 연락을 씹는 이 아저씨는 분명 경찰 연락도 무시할 게 분명하니 기대하지 말라고.

 

심지어 경찰은 상대방에게 강경하게 말할 수도 없다고 했다. 과잉 진압으로 역공격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리고 경관님은 오히려 경미한 접촉사고로 대인 접수를 하는 내가 역고소를 당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렇게 배째는 사람들은 많이들 그렇게 한다고. 나 진짜진짜 아픈데.... 이젠 고소 각오도 해야 하는 걸까?

 

 

어쨌든 설명을 듣고 사건 접수를 하고 내 차 사진을 몇 장 더 찍은 뒤 나는 집으로 출발했다.

 

아 그러고보니 나 제일 중요한 교통사고 사실확인원을 안받아왔는데...? 나중에 발급받을 수 있는건가..?

 

 

 

 


4. 후기

마지막까지 경관님께 웃으며 감사하다고 인사드리며 차에 탔는데

무서워하는 것 치고는 나 제법 씩씩하게 잘 대처하고 있어! 라고 생각했는데

경찰서를 빠져나오자마자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운전하면서 그렇게 울어보기는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이틀만에 또 사고내면 안된다고 스스로 농담하면서 진짜 안 울려고 했는데 집에 오는 내내 계속계속 눈물이 났다.

 

 

아 이렇게 명확한 잘못에도 경찰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구나.

정말 힘이 턱 빠지고 무력감이 든다.

하지만 경찰에게 화를 낼 수도 없지... 경찰이 힘이 없어서 제일 속상한 건 경찰들일테니

 

 

그 아저씨는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보호 구역에서 한 눈 팔고 과속하면서 위험하게 운전하고,

사고를 내고, 사람들에게 막말하고, 잠수 타고, 보험사와 경찰과 법을 무시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가고

나는 무섭고 도망치고 싶어도 옳은 일을 하려고 노력했는데 고소 당할 각오를 해야한다니.

 

 

그래도 이제 와서 멈출 수도 없지.

아저씨에게 법으로 경고할 수는 없어도, 적어도 나라도 끝까지 그러면 안된다고 알려줘야지.

그러면 앞으로는 귀찮은 일을 겪기 싫어서라도 조금이라도 덜 위험하게 운전하지 않을까?

 

사실 분쟁심의의원회도 무섭고 소송도 엄청 무서워 ㅜㅜ 그래도 계속 해야겠지. 나는 이게 옳다고 생각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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