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플레이스 리뷰에서도 언급했듯이, 나는 건강하게 사는 것 만큼이나 건강하게 죽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드라마 굿플레이스 리뷰]
수능이라는 골이 있을 때 더 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것처럼, 마감이 있어야 작업에 속도가 붙는 것처럼, 그리고 또 바프와 같은 목표일이 있을 때 힘든 운동을 더 잘 견딜 수 있는 것처럼 마찬가지로 생의 마감일을 확신할 수 있을 때 삶을 더 밀도 높게 살아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평소에 적극적으로 팔로우업하지는 않더라도, 뉴스를 보다가 우연히 안락사와 관련된 소식을 접하면 관심있게 들여다보곤 한다.
지금은 윤리적인 이슈로 안락사가 불법이지만, 내가 진지하게 죽음을 고려하게 될 3~40년 후에는 안락사가 보다 보편화되어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때를 위해 지금부터 죽을 권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태어나는 것은 선택할 수 없었지만, 죽는 것만큼은 안전한 시기와 방법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오늘 SNS를 보다가 디그니타스 5년차 회원인 84세 한국인의 인터뷰를 발견하고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 스크랩해두기로 했다.
특히 죽음의 의미를 현 시대 상황에 맞추어 새롭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는 부분이 와닿았다.
고대의 인류에게는 살아남는 것만이 최대의 목표였으나, 시대의 발전에 따라 이제는 얼마나 잘 사느냐가 주요 쟁점이 되었다.
'잘 산다'는 것은 대체 뭘까?
매 끼니를 챙기기 어려웠던 어린 시절, 나는 매 식사가 마지막인 것처럼 아무 음식이나 꾸역꾸역 먹어대곤 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여유로워 배가 고플 때 언제든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있는 지금은 오히려 건강을 위해 소식하고 매 식사를 더 값지고 맛있는 것으로 채우기 위해 노력한다.
당연히 후자가 더 좋은 식생활이지 않나?
마찬가지로 삶도, 내가 끝을 선택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 마음이 여유로워지면
오히려 장수를 위한 끝없는 탐욕을 멈추고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더 가치있는 경험들로 채우려 노력하지 않을까 싶다.
나는 기약없는 미래를 위해 늘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고 해야하는 것을 선택하는 현재의 희생을 그만두고 싶다.
스위스 자살조력기관 국내 회원 “마지막 선택, 인간이 하면 안되나”
스위스 자살조력기관 ‘디그니타스’ 84세 회원 인터뷰
“나 정도 나이는 ‘죽음’ 방식 선택할 수 있어야”
“‘최종 출구’ 선택지 하나 늘었다. 자유다”
인터뷰 중 마음에 들었던 부분들 발췌.
생각난 김에 안락사 캡슐로 유명한 사르코의 근황에 대해서도 한 번 검색해봤다.
대충 훑었을 때에는 작년 12월 기사가 마지막인 것 같네
사르코는 올해 스위스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코로나 때문에 프로젝트가 좀 지연되고 있는 모양이다.
3D 프린터로 출력 가능한 설계 도면을 무료로 배포하겠다고도 하는데, 전문가 없이 내가 직접 캡슐을 만들어 실행해야 한다면 나는 좀 부정적인 입장... 만에 하나 무언가 잘못 동작해서 건강히 살지도 죽지도 못하는 모습이 된 채 또다시 다른 사람에게 후처리의 짐을 맡기게 되고, 의지와 관계없이 연명 치료를 이으며 돈만 깎아먹는 것이 나의 가장 큰 두려움이다. (연명치료 거부를 한다 해도...)
아무튼 오늘도 죽을 권리를 위해 싸워주는 사람들이 있어 얌체같지만 나는 그들을 믿고 오늘의 삶에 더 집중하기로 한다.